최근 북극의 빙하가 지속해서 녹기 시작하면서 북극항로의 이용 가능성 또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보다 운항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아주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우리나라 선사로는 최초로 현대글로비스가 북극항로를 통한 상업 운송에 성공했습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참가하신 남청도 교수님
특히 이번 운항에는 북극항로 전문가 한국해양대학교 남청도 교수님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남청도 교수님은 지난해까지 한국해양대 북극해항로연구센터장을 맡으며 북극항로에 대해 연구하셨으며, 2010년에는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호의 북극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셔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북극 통’으로 통하는 전문가입니다!
온 바다가 빙하와 눈으로 덮인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것, 정말 누구라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일인 것 같습니다. 빙하로 덮인 바다처럼 베일에 싸인 북극항로, 그 숨겨진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영글로비스 리포터가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북극 전문가에게 듣는 ‘살아있는’ 북극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1. 북극항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북극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북극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북극해항로연구센터장을 맡은 후부터인 것 같다. 북극에 관심이 있어 센터장을 맡은 것이 아니라 센터장을 맡다 보니 북극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무엇인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교수님께서 너무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당황하였습니다…)
Q2. 북극항로 항해를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물론 이번 항해를 통해 북극해 항로에 대한 조사나 연구자료 수집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북극항로 운항 중에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한국해양대학교 기관학부를 졸업한 후 기관사로 승선생활을 하였는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문화와 경험들을 하고 이를 글로 남기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글을 쓰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이번 북극항로 운항에 참가한 것 또한 북극이라는 색다른 주제를 통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되었다.
제가 찾아간 남청도 교수님의 연구실은 선박의 기관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님의 연구실이라기보다는 흡사 국문학과 교수님의 연구실 모습 같았습니다. 책장에 공학 서적보다는 소설책 시집 등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남청도 교수님은 직접 다양한 책을 집필하시기도 하고 한국해양문학가협회에서 활동하시면서 문학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본업 이외에도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신 모습이 정말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Q3. 북극항로와 일반 항로의 차이는 어떤 점들이 있나요?
북극항로를 통과하려면 쇄빙선의 에스코트가 필요!
언론에서도 많이 이슈화되어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북극항로에서 결빙 지역을 운항 시에 쇄빙 전용선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운항에서도 러시아 기업의 쇄빙선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고 결빙 지역을 운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쇄빙선의 폭이 우리가 타고 갔던 스테나폴라리스 호의 선폭보다 좁은 바람에 미처 깨지 못한 빙하 부분에 선박이 충돌하며 지나갔다. 이렇게 빙하가 충돌하게 되면 선내에는 큰 충돌음이 들리는데, 쇄빙선이 에스코트하는 구간 동안은 계속해서 큰 충돌음이 들렸던 것 같다.
일반항로와 비교하여 북극항로의 좋은 점이 있다면 빙하로 덮인 바다로 인해 파도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항로의 경우에는 파도에 의해 배가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북극 항로의 경우 파도가 없어 파도에 의해 배가 흔들릴 일이 없어 좋았다.
Q4. 북극항로 운항 경제성이 있나요?
상선대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경제성이 없다면 북극항로에서 선박을 운항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현대글로비스의 시범 운항을 통해 북극항로 운항은 어느 정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실 북극항로 중에서도 러시아 측의 항로인 북동항로는 예전부터 러시아에서는 이용 중인 항로였다. 최근 계속되는 북극 빙하량 감소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총 46척의 선박이 북극항로를 이용하기도 하였고 계속해서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하는데 앞서 북극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운항하는 만큼 일반 바다와는 다른 여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돼 이런 비용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Q5.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들이 있나요?
우리나라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와 남청도 교수님
일단은 쇄빙선 이용에 따른 쇄빙 비용이다. 러시아 영해를 통과할 때는 반드시 러시아 쇄빙선을 이용하여야 하는데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쇄빙선단은 6척으로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러시아에서 쇄빙선 3척을 추가로 발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1척만이 건조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북동항로는 러시아 기업이 쇄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운항 같은 경우에는 총 22만 달러를 쇄빙 비용으로 지급하였다. 200~300km를 통과하는데 받는 비용치고는 아직 비싼 수준이다. 또한, 이번 항해에서는 러시아 쇄빙선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이틀 정도를 바다 위에서 대기한 적이 있는데 스테나폴라리스 호의 하루 용선료(선박을 대여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가 3천 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바다 위에서 6천 만원이라는 비용을 날린 셈이다. 이렇게 돌발상황으로 인한 비용 발생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빙해역 항해사(Ice Navigator)의 고용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도 고려하여야 한다. 빙해역 항해사란 극지방을 운항 전문 항해사로 선박이 극지방을 운항할 때는 항상 함께 타야 하는데 이 항해사들을 통해 다년빙과 일년빙을 구분하고 얼음의 두께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박이 빙하가 얇은 곳으로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항해에는 이 항해사를 고용하는데 하루 약 150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일반 항해사들과 비교하여 상당히 비싼 수준의 임금을 제공한 것이다. 물론 이번 항해에서 북극항로에 대한 경제성이 증명되었다고는 하나, 기타 비용들이 아직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더욱더 경제성 있는 운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Q6. 북극항로를 통해 선박을 운항하면 환경오염문제는 심각하지 않나요?
쇄빙선을 밀어내고 있는 북극곰 <출처 : The Sun>
2007년 양 북극항로(북동항로와 북서항로)가 동시에 열린 이후로 2009년 독일 벨루가선사의 중량화물선 두 척이 최초로 북동항로를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 북동항로의 통과 선박 수는 2010년에 4척, 2011년 34척 그리고 2012년에는 46척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선박의 운항 횟수가 증가하지만 지금까지 북극해에서 사고나 유류오염에 대한 보고는 단 한 건도 없다.
현재 북극항로를 운항하려면 먼저 러시아 북극항로 국(NSRA)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한 빙해 구간에서는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아 뒤에서 따라가야 하므로 해빙과의 충돌로 인한 사고 위험은 거의 없다.
두 번째로 선박에서 불법으로 폐수 및 기름을 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MARPOL(선박으로부터 해양오염방지협약)이나 SOLAS(해상인명안전협약) 등 국제협약이 발효되어 비준국은 자국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항해에서 사용된 스테나폴라리스호에도 유수 분리장치나 오일모니터링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기름 기록부가 비치되어 기름과 관련되는 모든 사항을 기록하였다.이뿐만 아니라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선박의 기름, 쓰레기, 연소가스에 의한 대기오염까지도 규제하는 등 북극항로 이용에 따른 환경 오염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북극항로 운항에 따른 환경 오염문제는 우려와는 달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남청도 교수님의 의견이었습니다! 항로 운항보다는 자원개발 등이 환경오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러시아는 북극 자원개발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극의 개발과 선박의 운항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서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시위한 적이 있는데 시위에 참여한 30명 정도의 사람들을 러시아 정부에서 구속한 사건도 있다고 합니다! 시위에 사람들을 구속하기 위해 밀수나 밀입국 등의 죄목을 덮어 씌어 구속했다고 하네요. 북극 개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무슨 죄로… ㅜㅜ)
Q7. 북극항로 선내 생활은 어떤가요?
머리가 빠진 이유가 탱커선의 유독가스 때문이시라는 ^^;;;
북극항로에 진입한 후부터는 북극의 추운 날씨 때문에 항상 방한복을 입고 있어야 했다. 갑판에 올라 북극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많이 찍고 글도 남겨보고 싶었으나, 밖에 오랫동안은 나가지 못하고 대게 선교(bridge)에서 밖을 관찰하였다. 또한 이번에 승선한 선박은 탱커선으로 액체화물 운송에 특화된 선박인데, 선박에 석유 제품이나 원유를 적재할 경우 그곳에서 가스가 흘러나오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이 가스가 선박 주위 50m까지 퍼진다. 이번 항해에 적재한 화물도 나프타라는 화물로 석유 제품의 일종이어서 선내에 가스 냄새가 많이 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도 이번과 같은 탱커선을 승선한적이 있는데, 이때나 지금이나 석유 화물에서 나오는 가스는 여전한 것 같다. 내 머리가 이렇게 빠진 것 또한 이 가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는 파도도 없고 선내 생활에 별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Q8. 북극의 날씨는 어떤가요?
안개 낀 북극의 모습
한낮의 기온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 누운 날씨가 계속되었고 안개와 눈보라가 끼는 날씨가 많아 시야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안개로 인해 밤에는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기가 힘들었고 북극 밤하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오로라도 구경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오로라가 보인다고 해서 보기는 보았으나 안개가 많은 탓에 내가 본 것이 오로라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Q9. 북극곰과 극지방 동물들은 보셨나요?
북극에서 만난 바다코끼리
쇄빙선을 기다리는 동안 낚시를 한 적이 있다. 한류성 어족인 명태나 대구 등의 어류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낚시를 한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30분이 지나도 입질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낚시를 계속 하던 도중 바다 밑에서 무엇인가 머리를 쑥 내미는 것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바다코끼리 가족들이었다. 호기심 많은 바다코끼리가 우리 배를 보고 접근한 것이다. 이 바다코끼리들은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하는데, 이 때 우리와 마주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는 운 좋게도 멀리서 지나가는 북극곰을 볼 수 있었다. 북극항로 주변은 북극곰의 서식지와 거리가 멀다. 북극곰은 주로 캐나다 북쪽 연안과 그린란드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잘 관측되지 않고 특히 북위 80도 이하에서 북극곰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10. 앞으로 북극항로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북극항로가 상용화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되는 화물들로 인해 우리나라 항만은 항로의 시작과 끝에 위치하며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고 내빙선, 쇄빙선 건조와 북극 자원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 해양플랜트 시장의 강국으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쇄빙선 한 척의 건조비용이 1조 원 가량으로 이 같은 산업은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이번 현대글로비스의 시범 운항과 같이 앞으로도 관련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뷰 후 남청도 교수님과 함께!
남청도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극에 대한 궁금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셨나요? 저 또한 이번 인터뷰를 통해 북극항로의 구석구석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언론에서 흔히들 북극항로를 보고 21세기의 실크로드라고 합니다. 이번 현대글로비스의 시범운항처럼 도전정신을 가지고 북극항로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북극 실크로드의 큰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북극곰이 태극기와 GLOVIS라는 글자가 익숙해 질 때까지!
현대글로비스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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