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승선한 이승헌 해기사 인터뷰
영 글로비스 리포터가 북극항로 시범운항 관련 따끈따끈한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우선 기쁜 소식을 알려드려야겠네요. 현대글로비스는 해양수산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했는데요. 드디어 35일간의 대장정을 거쳐 지난 10월에 우리나라의 첫 북극항로를 개척한 상선(商船, 여객선•화물선•화객선 등 상업상의 목적에 사용되는 선박)이 성공적으로 운항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로서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초로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와 유럽 간 상업용 운송을 시도한 선사가 됐습니다.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위해 용선(傭船, 화물운송을 위하여 보수를 지급하고 남의 선박을 대절하는 일 또는 그 계약)한 스테나 폴라리스호에 현대글로비스 직원이 승선했는데요. 바로 수석 항해사 출신 이승헌 대리입니다.
이승헌 대리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5년 반 동안 항해사 생활을 했습니다. 수석 항해사 출신으로 해기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현대글로비스의 해사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하면서 승선 경력이 많은 이승헌 대리가 직원 중에 유일하게 시범운항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성공적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쳤는데요. 이런 기쁜 소식에 영 글로비스 리포터가 가만있을 수 없겠죠? 제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승선한 이승헌 대리를 인터뷰했는데요. 이승헌 대리는 현대글로비스에서 유일하게 승선한 직원인 만큼 그가 들려주는 35일간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 생생한 인터뷰 현장으로 가볼까요?
Q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승선한 소감이 어떠세요?
입항할 때 언론매체와 업계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에 당황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북극항로를 처음 가서 설레기도 했고 제가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에 책임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일반 사람들에게는 ‘북극항로’가 생소한 주제인데 그 시범운항 성공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북극해 주변 얼음이 하절기에도 많이 얼어 있었는데 이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급부로 해운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못했을 때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오려면 지중해를 통해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인도양하고 싱가포르해협을 거쳐서 아시아로 왔는데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거리나 시간이 더 걸리게 됩니다. 운항일수가 길어지면 연료소모량은 많아지고 비용은 증가합니다.
해운기업에게 시간이 돈이고, 북극항로 이용으로 인한 항로단축은 비용절감에 도움이 됩니다. 북극항로 이용으로 운항시간이 감소되면 연료소모량이 감소되고 그만큼 연료비가 절감돼 연료비 절감한 만큼의 배출가스는 감소됩니다. 해운선사에서 경제성을 따질 때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만 그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연료비절감은 해운선사에게 북극항로 개척 유인이 됩니다. 앞으로 북극해 해빙이 가속화되고 연료비 단가가 상승할 것인데 해운선사에게 북극항로의 매력은 더 커질 것입니다.
Q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으로 얻은 소득은 무엇이고, 현재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해 어느 단계까지 왔나요?
제가 과거 항해사였던 경험을 살려 시범운항의 선장, 항해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북극항로 운항의 전반적인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북극항로 운항경험이 많은 스웨덴 선사의 스테나 폴라리스호에 지내면서 항해에 필요한 지도나 수로지, 그리고 한대기후에서 선박이 항해를 할 때 방한장비 등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와 갑판과 기관실의 운영 설비 및 노하우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2009년 독일의 선사가 최초로 북극항로를 운항하면서 북극항로가 이용된 지 불과 4~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현재는 북극항로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로 북극해 주변 자원이나 북극항로 이용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수집하고 습득하고 있습니다.
Q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주변 얼음이 많이 녹았다고 하던데 현재 빙하 상태가 어떤가요?
바다에 떠있는 얼음을 3가지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얼음의 종류를 얼음의 밀도, 얼음이 생기는 모양, 얼음의 나이로 구분합니다. 얼음의 밀도는 바다에 얼음이 밀집해있는 정도이고 얼음의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두껍습니다. 생긴지 얼마 안된 얼음은 청회색을 띠는 반면에 오래된 얼음은 흰색을 띱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근처 얼음이 녹아서 물길이 열렸어도 여전히 6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하절기에만 운항이 가능해 제약이 있습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얼음이 다시 얼어붙어 운항이 불가능합니다. 학계에서는 2020년은 되어야 북극해 주변 얼음이 지금보다 녹아 북극항로 이용여건이 좋아질 것이라 전망합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해빙상태를 봤을 땐 북극항로 상용화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Q 운항 중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운항 중에 진동이 상당히 느껴졌습니다. 저희가 탑승한 배가 단독으로 얼음을 뚫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쇄빙선(碎氷船, 얼음이 덮여 있는 결빙해역에서 수역의 얼음을 부수어 항로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배)을 달고 갑니다. 쇄빙선이 앞으로 지나가면 그 뒤로 물길이 생깁니다. 물길을 중심으로 저희가 탄 본선이 뒤따라 가는 건데 앞의 쇄빙선의 폭이 30m밖에 안되는데 본선의 폭은 40m였습니다. 수로의 폭보다 본선의 폭이 넓어 아무래도 본선 옆으로는 얼음이 부딪혀 진동이나 소음을 느꼈습니다. 또 북극항로를 통과하면 북태평양인데 그 쪽 바다가 안 좋아 선박의 동요가 심해서 다들 힘들어했습니다.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20도 사이라 생각보다 낮지 않았지만 바람이 불어 추웠습니다. 음식 같은 경우는 양식 종류로 여러 가지 나오지만 나중에는 질려서 한식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저야 승선 경험이 많기 때문에 한 달 동안 배를 타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처음 승선한 사람들은 35일의 운항기간을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러나 앞에서 쇄빙선이 얼음을 뚫어주고 그 뒤로 본선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운항에 어려운 점은 크게 없었습니다.
Q 운항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북극곰, 바다코끼리, 빙산, 오로라 등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을 봐서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오로라는 생긴지 2~3분이면 금방 사라져 잘 볼 수 없는데 운 좋게 보게 되었습니다. 오로라는 모양이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제가 본 것은 초록색 빛이었습니다. 또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승선한 사람들 중에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서 총 6명이었는데요. 그 중에 기자분들도 있어서 기사에 필요한 인터뷰도 하고 싸온 라면이나 김치를 같이 먹었습니다.
Q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해 한국 선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저희가 승선한 선박(스테나 폴라리스호)은 ‘내빙선(耐氷船, 수면의 얼음이나 빙산에 부딪쳐도 견디어 낼 수 있는 단단한 배)’입니다. 북극항로 운항 선박이 내빙선이므로 선사입장에서는 내빙설계 및 기상 정보획득, 항해에 필요한 해도나 수로지 구비, 방한대비 등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는 용선자(선박을 선주로부터 빌려 화물운송을 하는 자)입장이고 직접운항은 해빙해역의 운항경험이 많은 스테나 해운에서 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사입장에서는 북극항로를 직접 운항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서 북극항로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봤습니다.
Q 앞으로 현대글로비스에서 북극항로 운항 계획이 있나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 해빙이 가속화되고 연료비 단가가 상승할 것이라 북극항로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북극해 근처 자원이 무궁무진하고 특히 석유나 가스들이 많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높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북극항로 개척이 해양수산부의 주요 사업이고 해운업계에서도 향후 북극항로에 대한 정보나 운영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선사가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대글로비스는 스웨덴의 선사, 스테나 해운의 축적된 북극항로 운영노하우를 습득하고 내년에도 스테나 운하하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서 북극항로 운항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현대글로비스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북극항로 상용화에 대한 준비를 할 것입니다.
* 해기사[ 海技士 ]
일정 기준의 기술 또는 기능이 있어 선박의 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면허받은 자격, 또는 그 자격을 가진 자. 승선하여서는 선장•항해사•기관장•기관사 •통신장•통신사•운항장 및 운항사의 직무를 수행함. (출처: 선박항해용어사전)
Q 사람들이 ‘해기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쉽게 설명해주세요.
해기사는 말 그대로 ‘바다의 기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선박에는 크게 갑판부와 기관부, 두 부분으로 나누는데요. 갑판부에는 선장, 항해사, 승무원이 있고 기관부에는 기관장과 기관사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선장,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를 다 묶어서 ‘해기사’라고 합니다.
Q 수석 항해사 출신이시던데 항해사와 수석항해사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경력의 차이죠. 항해사는 화물이랑 갑판 기계를 주로 관리하는데요. 항해사 직급이 3등, 2등, 1등, 선장 순으로 올라갑니다. 위험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에는 1등 항해사가 특별히 2명이 탑승하는데 그 둘을 경력을 기준으로 수석항해사, 1등 항해사로 나눕니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 1등 항해사이긴 하지만 수석항해사가 1등 항해사보다 더 경력이 많고 보통 1등 항해사를 거치고 수석항해사가 됩니다.
Q 해기사를 5년 반 동안 하셨는데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말해주세요.
해기사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한번 배타면 최소 5~6개월은 타야 하니까 그 동안은 가족과 친구와 떨어져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좋은 점은 남들이 평생 가보지 못할 곳들을 가보며 견문이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누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을 직접 건너보겠어요?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도 봤고, 날씨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도 있고… 남들이 쉽게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5~6개월 정도 배 타고나면 2달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휴가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보거나, 여행을 하거나 자유롭게 쉴 수 있습니다. 또 나중에 해운사업과 관련된 일을 해도 해기사 경력은 도움이 됩니다.
Q 해기사 경험이 현재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바로 '지금' 도움이 되는데요. 해기사 경력이 없었으면 현대글로비스 직원 중에 유일하게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함께할 수 없었겠죠. 현재 현대글로비스 해사운영팀에서 근무하는데 승선 경력이 업무와 연관되어 도움이 됩니다. 현대글로비스 해사운영팀은 화물과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품질관리 업무를 하는데요. 실제 현장에서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 조언도 할 수 있고 업무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는 해운사업을 확장할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Q 해기사는 어떻게 되나요?
해기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해양대학교를 다니거나 따로 교육기관을 가는 것입니다. 대학교는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해양대학교의 해사대학교를 졸업해서 해기사가 됐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의 해사대학교는 해기사를 양성하는 단과대이고 졸업하면 해기사가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해양수산부 산하에 해기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해양수산연수원'이 있습니다. 연수원에서 해기사를 양성하는 코스가 따로 있습니다.
Q 해기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해기사라는 직업을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생소해하기도 하는데 해기사는 무역선, 상선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는 만큼 무역량의 99%는 해상운송입니다. 그만큼 해기사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해기사를 꿈꾼다면 앞으로 무역의 최전선에서 일하게 될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해기사가 되면 젊었을 때 견문을 넓히고 해운사업, 무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집니다. 무역의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해기사가 된 이후에도 그렇게 일한다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승헌 대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북극항로 시범운항’과 ‘해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인터뷰를 통해 바다얼음 구분기준, 쇄빙선과 내빙선, 해기사 등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북극항로를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가본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도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는 점에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여 언젠가 북극항로가 상용화된다면 우리나라가, 현대글로비스가 해상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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