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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이 뜨는 이유?






# 어이없지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아재개그,’ 앞뒤 맥락 없이 황당한 ‘병맛’ 등의 유머는 다소 뜬금없는 지점에서 실소를 자아냅니다. 흔히 ‘B급 감성’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문화 코드는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비주류 콘텐츠로써 나영석 PD의 <신서유기> 시리즈, 유병재 방송작가의 ‘블랙 코미디’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미디어 뿐만 아니라 광고와 유통업계도 ‘B급감성’에 주목하며 이를 활용한 홍보 활동에 한창입니다.







대표적인 표현법으로는 한글과 발음이 비슷한 영어나 숫자, 동음이의어 등을 활용해 해학적이면서도 간접적으로 제품의 특징을 어필하는 언어유희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직설적으로 노출하는 기존 광고의 형식에서 벗어나, 반전과 재미를 주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강력한 연상 작용이 깊은 인상을 주어 제품 인지도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 황금개 마케팅의 주인공은 나야, 시바!


이러한 감성 코드의 연장 선에서 2018년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를 맞아 연초부터 ‘개’를 활용한 마케팅에 불이 붙었습니다. 명령형 종결어미 ‘-게’ 대신 ‘개’를 사용하거나 형용사, 부사 앞에서 그 의미를 강조하는 비속어 ‘개’를 실질적인 동물로 표현함으로써 은어를 공식적으로 사용가능한 말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시바견’을 활용한 동물 마케팅입니다. ‘시바’가 욕설로 사용되는 한국어 단어와 비슷한 발음을 갖고 있는 만큼, 귀여운 이미지의 시바견을 캐릭터화 한 뒤 해당 단어를 강조한 문구로 오락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은 국어순화와 윤리의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사회가 지양하는 언어 습관입니다. 하지만 ‘시바’라는 견종을 내세우는 홍보 전략은 마치 공식석상에서의 욕설 사용을 허락하는 듯한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즉, 당당하게 욕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일종의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죠!







# 감성은 B급, 효과는 A급!



그렇다면 소비자와 기업은 왜 ‘B급 감성’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 있습니다.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쉴 틈없이 업로드 되며, 온라인 유저들은 이러한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반응합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는 이미 멋있거나 세련된 콘텐츠가 넘쳐나고, 단순한 웃음을 주는 개그 코드는 순식간에 식상해지죠. 따라서 권태로움을 느낀 대중은 ‘B급 감성’이 가진 유치하고 촌스러운 유머 코드와 꾸밈없는 직설적표현으로부터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B급 감성’의 주요 소비층은 문화 수용에 능동적인 젊은 온라인 유저들이며, 이들은 간편한 방법으로 해당 콘텐츠를 확산합니다. 고차원적이기 보다는 허무한 말장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B급 감성’에 웃음 짓고, 이런 유머 코드를 실생활 뿐만 아니라 온라인 네트워크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즉흥적 언어유희를 뜻하는 신조어, 일명 ‘드립’을 구사하기에 적절한 소재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기업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광고 전략의 문턱을 낮추면, 친근감을 느낀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B급 감성’의 개그 코드에 재미를 느낀 소비자의 온라인 활동은 자발적 기업 홍보 활동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정석 아닐까요?



지금까지 ‘B급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B급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병재 작가는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B급감성’만의 독특한 신선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니 어이없는 포인트에서 웃었다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B급 감성’은 유행 지난 아재개그가 아닌 <신선한 반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