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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정보통/유쾌한 '물류&유통' 이야기

내 짐은 언제 도착할까? 인천공항 수화물 대란 사건

 

 

<출처 : Pixabay>

 

태어나 처음으로 간 해외 배낭여행. 흥분과 설렘으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내 짐이 도착해 있지 않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낯선 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들이 모두 들어있는 내 짐 없이 며칠을 지내야 한다면 정말 막막하겠죠. 해외여행의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고 제 짐을 비행기에 싣지 못한 공항에 대한 원망만 커질 것입니다. 올해 초 인천공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규모 수화물 지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설 연휴 동계 성수기를 맞이한 인천국제공항에 개항 (2001년) 이래 가장 많은 여객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날 출국하기로 예약한 여객은 8만 7,365명, 도착 예약 여객은 8만 9,067명으로 전체 여객 수는 17만 6,43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죠? 이로 인해 수화물 처리 시설에 과부하가 걸려 항공기 159편이 늦게 출발했고, 수화물 약 5,200개를 싣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과 항공사로 넘어갔습니다. 다음은 이 사건을 통해 직접 피해를 입은 '야바'라는 블로거의 인터뷰 입니다.


Q)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불편을 겪으셨습니까?

A) 홍콩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을 갔는데 비행기 지연이 되었고 홍콩 현지에서 제 짐 없이 3일이나 버텨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제 일정은 이틀이나 연장되었습니다.

 

Q) 가장 불편했던 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A) 캐리어에 속옷을 비롯한 각종 옷가지가 있었는데 다음날 갈아입을 옷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저녁에 옷을 사러 나가서 직접 속옷을 구입해서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Q) 수화물 대란 사건을 직접 경험하시고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A) 나중에 제 회사에 연락해서 캐리어가 오지 않았다고 보고하니 이미 뉴스로 봤다고 하더라고요.  수화물 지연 사태가 큰 사건이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캐리어가 없어서 불편했고 크게는 이번 사건이 국제적인 망신이라 속상했습니다. 또한 어떤 아주머니는 모처럼 여행을 가던 길이었는데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아 여행을 망쳤다고도 했죠.

 

Q) 이 사건 이후 인천공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인천공항이라 하면 세계 초 일류 공항의 이미지였는데 그 이면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은 것을 보고 앞으로 공항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어떻게 그 수요를 감당할지 걱정이네요.


 

 

왜 당신의 짐이 도착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을까요? 이번 수화물 대란사건의 원인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Pixabay>

 

1. 수화물 처리시스템 과부하

수화물 대란이 일어난 이유는 수화물 처리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짐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당일 오전 9시 30분 이전에 국제선 출발 승객의 화물이 시간당 처리개수인 1만2600개를 뛰어넘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물류업계 전문가들은 오전 9시 30분경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출발화물 시간당 처리 한계점인 1만2600개를 넘어선 화물이 컨베이어에 올라갔고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오작동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하네요.


 2. 초동 조치 미흡

인천공항 수화물처리시스템에서 발생한 오류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단에 의하면 “수화물처리시설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처리 미흡, 현장 근무자에 대한 관리감독 및 업무처리 소홀, 비정상상황 해소를 위한 상황판단 실수 등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소한 오류가 대규모 사고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에서는 승객들의 짐을 처리하기 위해 포스코ICT에 위탁하여 수화물처리시스템(BHS·baggage handling syste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화물 처리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기본적으로 위탁수화물은 인천공항 3층 항공사 체크인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이 수하물에 바코드 태그 스티커를 부착하면 1차 보안검색을 하고 바로 수하물이 지하에 위치한 BHS로 내려와서 각 해당 항공사로 분리됩니다. 이때 바코드 인식이 안 되는 수화물에 대해는 사람이 다시 점검하고 해당 항공기로 갈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은 2단계 확장 공사를 통해 기존 여객터미널 외에 또 하나의 터미널인 '탑승동'을 새롭게 건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수화물처리시스템과 새롭게 오픈한 '탑승동'을 연계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수화물처리시스템은 여객 터미널과 탑승동,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공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체크인카운터에서 게이트까지 거미줄 처럼 연결된 수화물처리시스템의 길이만 해도 88Km에 달한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에 해당하는 수화물처리시스템이 여객 터미널 지하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수화물처리시스템은 초당 7m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기존 벨트 방식에 비해 속도가 2배이상 빠르다고 하네요.

이렇게 체계적인 시스템이 과부하가 올 정도였으면 올해 초 얼마나 많은 인파가 인천공항에 몰렸던 것인지 상상이 안 가네요. 그렇다면 다신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 Pixabay>

 

수화물 대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알아보겠습니다.


1. 도심공항터미널의 확장

번째 해결방안은 도심공항터미널 확장입니다. 도심공항터미널은 공항이 아닌 도심에서 입출국 수속을 처리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심 속 공항터미널입니다. 말 그대로 굳이 인천공항까지 갈 필요 없이 서울역이나 코엑스 등 도심에 있는 공항터미널에서 입출국 수속을 모두 마친 후 비행기만 타면 되는 것입니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당장 인천공항의 처리 용량을 늘릴 수 없는 만큼 다시 도심공항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공항이용료 할인 등 이용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용객이 찾는 도심 공항으로 만들기 위해 국토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통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현재 논의 중인 광명역과 부산을 비롯한 주요 요충지에 중소 규모 도심 공항을 늘려 수화물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2. 인천공항 제2 터미널 3단계 확장공사

다음으로 인천공항의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지금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총 4조 9천억 원을 들여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까지 38만 평방미터, 여의도의 5분의 1이나 되는 넓은 면적에 제 2여객터미널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3단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은 원래 수용 능력인 연간 4,400만 명에서 1,800만 명이 늘어난 6,2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동북아 허브공항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출처 : Pixabay>
 

이번 인천국제공항의 수화물 대란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고 동북아 허브공항을 위해 뛰는 인천국제공항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있을 성수기 시즌을 대비해서 다시는 수화물 지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1위 수준의 서비스를 가진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선 이런 수화물 대란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