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여름의 끝을 잡고, 두 경상도 사나이들이 무작정 강원도 강릉으로 떠났습니다. 이번 강릉여행은 ‘비’, ‘먹방’, ‘힐링’, ‘여유’ 이렇게 네 단어로 함축할 수 있었는데요.
2박3일의 흥겨운 여행! 지금 시작합니다.
강릉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예로부터 푸른 소나무와 맑은 물, 어진 인심이 있어 청송(靑松). 청수(靑水). 청심(靑心)의 삼청(三靑)의 고장으로 불리어져 왔는데요. 빼어난 자연경관 덕에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의 무대로도 유명하죠. 뿐만 아니라 오만원권, 오천원권 지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뛰어난 문인으로 이름을 떨친 허균과 허난설헌 등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해낸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1일차# 강릉 ‘먹방’의 세계로 풍덩~
동해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를 3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강릉! 다닥다닥 옅은 빗줄기와 함께 비내음을 물신 풍기며 저희를 반겨주었는데요. 그러나 이도 잠시..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많이 왔지만 ‘내일이면 그치겠지’하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강릉고속터미널을 서둘러 떠났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비가 여행 내내 저희를 괴롭힐 것이란 사실은 차마 몰랐습니다...
비를 피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강릉 중앙시장! 비가 왔음에도 저희와 같은 여행객들로 시장이 붐볐는데요. 시장에 왔으니 먹방을 찍어야겠지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메밀전과 메밀전병으로 산뜻하게 입맛을 돋우고 후식으로 먹을 또 다른 군것질들이 있는 위치를 파악한 후에야 메인 음식을 찾으러 떠났는데요.
근처 시장 아주머니께 추천을 받아 결정한 메인 음식은 시원하고 구수한 장칼국수였습니다. 눅진한 향과 함께 시뻘건 국물, 직접 반죽한 칼국수 면발이 버무려진 장칼국수는 환상, 그 자체였는데요! (또 생각나네요ㅠㅠ) 워낙 맛있었던 곳이어서 강릉을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찾아와서 먹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제 친구는 여행 BEST 1위를 ‘장칼국수를 영접한 순간’이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아까 봐둔 후식을 먹으러 갔는데요. 30년 전통의 닭강정의 본가에서 닭강정도 먹고 현주 영글이 적극 추천해준 호떡아이스크림까지 폭풍으로 흡입했습니다.
변화무쌍한 날씨 덕에 실내 관광지를 찾던 중, 경포해변 근처에 위치한 경포아쿠아리움(경포 석호생태관)을 발견했는데요. 숙소와도 가깝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달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단번에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관람시간을 착각한 탓에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할 수 없이 경포해변 근처 숙소로 이동했는데요. 숙소에만 있기에는 몸이 근질거렸던 탓에 밤바다를 보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차게 내리던 비도 어느덧 잦아들고 어둑어둑한 가운데, 백사장에 잔물결이 일렁거리는 해변을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포의 모래사장과 송림의 경치를 본 정철이 왜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는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밤인데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근처 횟집에 들러 오징어회와 함께 소주도 한잔 기울이며 첫 날을 흘려보냈습니다.
2일차# ‘비’ 때문에 울고 웃고, ‘힐링’하고~
두근대는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러나 그친 것만 같았던 비가 다시 기세를 되찾고 세차게 물줄기를 뿌려댔는데요. 다행히 오후에 비가 그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듣고, 오전에는 어제 못 본 아쿠아리움을 가고 오후에는 오죽헌을 구경하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아쿠아리움 앞에 도착하니 ‘경포의 여섯 번째 달’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요. 무슨 말인고 하니, 예로부터 경포대에는 하늘에 뜬 달, 호수에 뜬 달, 바다에 뜬 달, 술잔에 뜬 달, 사랑하는 임의 눈동자에 뜬 달까지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시적이죠?) 여기에다가 경포아쿠아리움을 추가해 강릉의 여섯 개의 달이 되겠다는 컨셉을 센스 있게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2층 카페로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관람을 시작했는데요. 입구서부터 수달 두 마리가 물장난 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마존의 피라냐부터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커먼크라운피쉬, 우리나라 바닷물고기 등 다양한 어종들과 해양 생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니 가오리와 상어, 대형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해저터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닥터피쉬 체험 존도 있었는데요. 간질간질하게 제 손의 각질을 물어뜯는 닥터피쉬! 덩치가 큰 닥터피쉬가 손가락 근처에 오면 움찔움찔 벌벌 떨었습니다.^^
저 멀리 점박이물범도 보였는데요. 점박이물범은 실제로 경포 앞바다에도 서식한다고 하네요. 장난꾸러기 한 녀석이 제 앞에서 재롱을 한참동안 부렸는데요. 제가 수조 유리창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따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맞춤을 하는데, 너무 귀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점박이와 교감 했던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이어 오죽헌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봅슬레이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하나된 열정! Passion. Connected.”의 문구가 보이네요. 바로 2018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차원에서 설치된 작품이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의 최대 인기 종목인 빙상경기 주 개최장이 바로 강릉이라고 하네요. 2년 뒤 다시 방문하자는 의지를 다지며 기념사진도 찰칵 찍어봤습니다~
이제 진짜 오죽헌으로 출발하려는 가운데, 갑자기 비가 장대같이 쏟아졌습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뛰던 중 뜻밖의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허균, 허난설헌의 생가였습니다. 비록 비를 피해 도착한 장소였지만, 고즈넉한 한옥과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아스라이 피어나는 물안개의 정취가 너무나도 취향저격이었답니다. 저의 여행 BEST 1위는 친구와 단둘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빗소리를 들었던 이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둘 다 여행 시작부터 따라온 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즐거워야 할 순간에 짜증이 나있었는데, 마치 이 순간을 위해서 이렇게 비를 퍼부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멋진 풍경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부터는 아예 비조차도 또 다른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소박한 토담이 둘러쳐진 작은 정원에서도 찰칵~ 허난설헌의 동상 옆에서도 찰칵~
드디어 오죽헌으로 출발!
오죽헌 안에는 강릉시립박물관도 함께 위치해 있어 강릉의 문화와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몽룡실, 율곡의 영정을 모신 사당인 문성사, 자경문을 지나쳐 검은 대나무로 둘러싸인 오죽헌에 도착했는데요. 검은 대나무라니.. 정말 신기하죠?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주택 건물 가운데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한데요. 특이하게도 오죽헌에는 나이 많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보물인 오죽헌, 천연기념물인 율곡매, 강릉의 시화인 매롱나무가 그것입니다, 모두 합친 나이가 1500살은 넘는다고 하는데 대단하죠? 사진의 매롱나무 나이는 500살이 넘었답니다.^^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조선시대의 여성 중 가장 뛰어난 문인이기도 한데요. 그녀의 시와 문장, 글씨와 그림은 지금 봐도 정말 뛰어납니다. 나비와 벌레들이 진짜 꽃인 줄 알고 앉았다는 ‘초충도’를 실제로 그렸던 화단과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임당을 상상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열심히 돌아다닌 만큼 열심히 먹어야겠죠! 미리 찾아둔 강릉 맛집(버드나무브루어리)으로 서둘러 이동했는데요. 도착하자마자 4종으로 구성된 수제맥주샘플러와 주문진피자를 주문했습니다. 주문진피자는 오징어먹물로 만든 도우 덕에 새까만 피자로 유명한데요. 넘치는 강릉 인심만큼이나 넉넉한 양의 오징어 토핑들! 진짜 꿀맛이었습니다.
강릉의 해변으로는 앞서 언급한 경포해변과 안목해변, 사천해변이 아름답기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카페거리로 커피향이 솔솔 난다는 안목해변을 두 번째 숙소로 결정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횟집들이 많던 경포해변과는 다르게 정말 카페가 많았는데요. 안목해변의 밤은 카페들의 조명과 모래사장의 조명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답니다. (연인과 함께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역시나 둘째 밤에도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근처 횟집을 들렀습니다.^^ 광어회와 칼칼한 매운탕과 함께 술도 술술~ 어느덧 약해진 비에게 섭섭함을 느끼며 또 하루를 흘려보냈습니다.
3일차# 마음의 ‘여유’를 가르쳐 준 나의 친구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틀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 되려 어색하게 느껴졌는데요. 그래도 마지막 날에라도 해를 볼 수 있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제의 안목해변이 수많은 조명들로 환한 풍경이었다면, 오늘의 안목해변은 푸른 파도에 일렁이는 햇빛 덕에 눈이 부셨습니다.
안목해변카페거리는 강릉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인데요. 빼곡히 자리 잡은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커피점인 보사노바를 방문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를 GET! 해변에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사람, 깔깔대며 뛰다니는 사람,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바람을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커피 한잔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는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서로 먼 곳에서 제각기 바쁘게 살아가지만, 서로를 잊지 않고 한걸음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절친과 떠나는 2박3일의 강릉여행! 재밌게 보셨나요? 우여곡절 많았던 저희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여러분의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마음 맞는 친구와 지금 당장 떠나보세요~ 새로운 세상이 열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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